봄꽃을 마음에 담고~
안산 벚꽃음악회에 다녀와서
봄은 꽃소식과 함께 옵니다.
올해는 늦추위가 없어서 벚꽃이 작년보다 보름정도 빨리 피었다고 하지요.
서대문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 중 하나인 안산 벚꽃이 활짝 피어
오고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4월 4일부터 8일까지 안산 벚꽃길 연희 숲속 쉼터에서는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는데요.
4월 5일 오후 7시에 시작된 음악회에 다녀왔습니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만개한 벚꽃의 고운 모습을 보면서 봄의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답니다.
안산 자락길과 더불어 벚꽃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봄의 선물이 아닐 수 없지요?
벚꽃 특유의 분홍을 머금은 듯 한 색과, 막 돋나난 새싹의 연둣빛이 참 조화롭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벚꽃잎은 떨어지고, 연둣빛은 짙은 녹색으로 변하겠지요.
이 색을 오랫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숲속 쉼터에 와서
벚꽃의 향연을 함께 하는 모습 그 자체가 하나의 그림 같았습니다.
벚꽃길을 걷다보니 앙증맞은 우체통이 눈에 띄었는데요.
우체통 옆에 있는 화사한 벚꽃 사진이 담겨 있는 엽서에 사연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상대방에게 보내준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엽서를 적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사진은 부끄럽다며 뒷모습만 찍어 달라는 여중생들의 표정이 어찌나 해맑던지요.
연북중학교 3학년 이예림 양(사진 오른쪽)의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학교가 구청 뒤편에 있고 집도 가까워서 이곳을 자주 와요.
거의 해마다 벚꽃을 보러 와요. 가끔 가족과 올 때도 있어요.
오늘은 토요일이고 음악회가 있다고 해서 친구와 같이 왔는데 오기를 잘 했다고 생각해요.
이예림 양의 친한 친구인 인천에서 왔다는 부광 중학교 3학년 정예술 양(사진 왼쪽)의 이야기는 어떨까요?
예림이가 안산 벚꽃이 예쁘게 피었다고 꼭 놀러 오라고 했어요.
더구나 엽서까지 보내준다고 하니 기뻐요.
음악회도 기대가 되고요. 다음번에는 예림이하고 자락길을 걸어보고 싶어요
아빠 엄마 손을 잡고 꽃놀이를 나온 어린이들, 정말 귀엽죠? ^^
우리 모두 같은 동네에 살아요. 불이 환하게 켜있어서 참 좋아요. 그리고 꽃도 예쁘고요...
천진한 아이들의 말에 미소가 절로 번졌습니다.
무대는 리허설로 한창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소 쌀쌀한 날씨를 고려해서, 관객석에 찬 기운이 느껴지지 않도록
은박 돗자리를 깔아 놓기 위해 분주한 모습입니다.
오후 7시가 되자 드디어 기다리던 음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때맞춰 청사초롱의 불도 켜졌지요. 객석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답니다.
오늘 공연에 초대된 팀은 모두 세 팀이었는데 첫 번째는 <신촌 타이거즈>의 무대였습니다.
신촌 타이거즈는 쉽고 즐겁고 재미있는 음악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노래로 흥을 돋웠지요.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벚꽃 엔딩’, ‘여행을 떠나요’ 등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면서
음악회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행복함이 느껴졌습니다.
젊음이 주는 활기찬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무대였지요.
객석으로 와서 함께 관객과 호흡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느루밴드>의 공연이었습니다.
혼성4인조로 구성된 팝재즈 밴드인데 팝과 재즈를 접목한 신선한 노래를 우리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맑고 고운 음색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음악이 주는 감동에 기쁨을 느꼈지요.
조용필 님의 노래 ‘단발머리’, S.E.S.의 ‘just a feeling’, 영턱스클럽의 ‘정’을
느루의 분위기에 맞게 다시 편곡한 것은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느루의 곡인 ‘If I were your girl’, ‘너에게’도 역시나 좋았답니다.
마지막 무대는 가수 안치환 님이 장식해 주셨는데요.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던 무대였습니다.
안치환 님은 ‘시를 노래하는 가수’로 널리 알려졌지요.
기타를 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영혼을 울리는 음색으로 노래하는 그를 보면서
관객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내가 만일’ ‘모란이 피기 까지는’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밤 벚꽃 아래서 듣는 느낌은 아주 특별했답니다.
꽃과 관객, 연주자와 노래가 함께 어우러진 사랑의 무대였고 축제의 무대였지요.
노래를 하는 사람들과 듣는 사람들이 하나 되는 마음을 느낀 아름다운 음악회였습니다.
더불어 밤하늘에 수놓아진 벚꽃은, 낮에 보는 벚꽃과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을 선사해 주었답니다.
안산 벚꽃축제는 4월 8일까지 계속됩니다.
하루하루 바쁜 나날들에 벚꽃 보는 것을 잊고 계셨던 분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진해 군항제에 가지 않아도,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 축제를 가지 않아도,
우리 서대문구 안산에서도 벚꽃을 흠뻑 느낄 수 있답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한 시간이라도 꽃나무 아래를 걸어보셨으면 합니다.
그 아래서 마음껏 봄을 가슴 가득 안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글, 사진 : 블로그 시민기자 유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