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감상]
유지희 시인이 들려주는
<詩로 여는 8월>
詩로 여는 8월
유지희
8월의 첫날입니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곧 끝난다고 하지요
뜨거운 태양 아래
배롱나무 가지마다 수많은 꽃송이들이 피어나
여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백일동안이나 꽃이 피고 지고 또 핀다고 하여
목백일홍이라고 불리는 배롱나무꽃을 보면
무언가 모르게 행복해지네요
잘 익은 옥수수가 여름을 풍성하게 하고
연둣빛 햇사과인 아오리가 풋풋한 향기로 우리를 부르고
7년 동안 땅 속에 있던 매매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큰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느라 분주합니다
보랏빛과 하얀색의 도라지꽃은 또한 얼마나 어여쁜가요
도라지꽃에서는 은하수 같은 그리움이 밀려오고
우리들은 여름밤 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아 봅니다
작은 추억이 모여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작은 풀꽃들을 보면서
새삼 삶의 소중함을 느끼며
서로서로 사랑하는 일이 더없이 귀하다는 생각을
8월에는 더 많이 하게 됩니다
8월의 태양처럼
8월의 숲과 들판처럼 살아야겠다고,
그래서 맑게 다가오는 가을을
가슴에 품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8월의 첫날을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