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마을장례지원] 무연고 사망자의 뒤안길
"또 하나의 가족" 서대문구 마을장례지원단 <두레>가 배웅합니다.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장례서비스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이 미흡하여 바로 직장(直裝)처리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직장(直裝)이란 시신이 어떠한 장례절차 없이 곧바로 화장 처리되는 것을 말하는데, 서대문구는 이처럼 평생을 외롭게 살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혼자인 무연고 사망자들의 쓸쓸한 뒤안길을 배웅해주고자 마을장례지원단 <두레>를 지난 5월 28일 구성하였으며, 2013년도 동 복지 허브화 사업 등 복지공동체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됨에 따라 민간의 재능 기부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동참하였습니다.
마을장례지원단 <두레>의 구성으로 이제는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시신처리 업체에서 바로 화장하여 납골에 안치하는 기존의 절차대신 마을장례지원단이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 장례서비스 제공 및 지역의 상주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무연고사망자 발생하면 지정된 관내병원(동신병원)은 사망자를 안치하고, 사망자에 대한 무료 안치 및 장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추모공간을 지원하게 됩니다.
동 주민센터의 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복지통장, 복지동장, 지역의 상주역할을 맡게 되는데, 사망자에 대한 장례지원 서비스는 주식회사 교원라이프가 제공하고, 서대문구 사회복지협의회는 13.9월부터 임종노트 작성 운동 등 장례문화개선사업을 지원하게 됩니다.
임종노트는 무연고 사망자 발생 시 연고자를 찾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나, 유류품 정리 등 사후정리가 곤란했던 그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서대문구가 새롭게 추진할 장례문화 개선사업으로 임종노트는 꼭 연락해야 할 사람, 장례방식, 장례식 때 와주었으면 하는 사람 등 마지막 부탁의 사항과 유품처리 등 사후처리 해야 할 사항 등으로 구성할 계획입니다.
<7월 18일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서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지난 7월 18일 서대문구청 복지정책과는 우즈베키스탄 영사관으로부터 세브란스병원에 안치되어 있는 국적이 우즈베키스탄인 치엔(CHJEN)씨에 대한 무연고 사망처리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사망자는 주소지를 안산시에 둔 분으로 6.10일 서울시 은평구 관내에서 쓰러진 것을 이웃주민이 발견, 119에 신고하였으며 세브란스로 이송 직후 6.11사망하였는데, 이에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사망자의 외국인 등록증을 확인 후 주한 우즈베키스탄 영사관으로 통보하였으며,『외국인보호규칙(법무부령) 』제23조 (위독 또는 사망의 통보)에 의거 영사관은 사망자에 대한 연고확인을 한달 간 진행, 연고자가 없음을 확인 한 후 사망자가 안치되어 있는 서대문구청 복지정책과로 시체의 처리를 의뢰하였습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무연고 시체 등의 처리)규정에 의거 시체가 안치되어 있는 관할 구청의 무연고 처리부서에서 시신 처리절차를 진행하게 된다고 합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무연고 시체 등의 처리)
① 시장 등은 관할 구역 안에 있는 시체로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체에 대하여는 일정 기간 매장하거나 화장하여 봉안하여야 한다.
◈ 『외국인보호규칙(법무부령) 』제23조 (위독 또는 사망의 통보)
⑤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사체를 인수할 사람이 없을 때 또는 영사 및 그 가족이 사체 인수를 거부하였을 때에는 …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시설이 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시장ㆍ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에게 그 사체의 교부ㆍ매장 또는 화장을 의뢰하여야 한다.
◈ 『보건복지부 무연고시체 처리메뉴얼』제1절 (무연고 시체의 처리)
5. 외국인 사망자의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 국적 영사에게 자국민 여부, 자국내 연고자 파악 및 시체 인수를 요청한 후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 또는 시체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경우에는 무연고 시체 처리규정에 따라 처리한다.
<국인 사망자의 경우 무연고 화장 처리 후 국내 10년간 안치의 효용성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서대문구청 복지정책과는 7월 18일 ~7월 22일 간 외국인 무연고사망자 처리 및 마을장례준비를 위한 관련기관의 확인 및 협조요청을 진행하였습니다.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사체를 화장한 후 10년간 안치를 하고, 그 후에는 집단으로 매장하게 되는데, 10년간 안치를 하는 이유는 화장 후에도 공고를 통해 가족 등 연고자를 찾았을 경우 유골을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서대문구에 의뢰가 들어온 사망자의 경우 2013년 3월 한국으로 방문취업을 위해 입국하였기에 화장 후 한국에 10년간 안치를 하는 것과 현지로 유골을 이송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2013년 4월 세계인의 날을 맞아 그간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 무료 장례서비스를 16명에게 제공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한 한국 이주노동재단의 안대환 목사님을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었고, 안대환 목사님의 자문을 통해 유골을 본국으로 이송할 시에는 반드시 가족 등의 수취인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화장 처리 후 국내에 안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자국민의 경우 주민등록증이 있겠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주소지인 안산출입국 관리 사무소에 대해 여권 및 비자사본을 발급받았으며 비자 사본에는 방취고려인무연고 동포라는 글귀가 적혀있었음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사망자는 방취고려인무연고 동포였습니다>
사망자의 비자에는 방취고려인 무연고 동포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는데, 여기서 방취란 법무부가 모국의 출입국 및 취업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아 온 동포를 대상으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방문취업의 약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무연고 동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방문취업제도에 이러한 자들이 근로 중 상해나 사고, 혹은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이들을 위한 제도는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으며, 방문취업대상국인 나라의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가 많기 때문에 추후 사고발생 시 연고자 등을 찾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문제점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개선안은 추후 건의하기로 하고 서대문구는 고려인 동포임을 감안하여 장례를 우즈베키스탄 식이 아닌 한국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 하였습니다.
<고려인운동본부를 통해 고려인의 역사를 접하였습니다>
다소 낯선 고려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서대문구청 복지정책과는 고려인 운동본부를 통해 박정열 사무국장과 통화를 하였다. 사무국장을 통해 고려인들의 한국에 대한 동포애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해주 등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은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분산정책에 따라 1937년 17만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하며 현재우즈베키스탄 내 터전을 자리잡게 되었는데, 고려인은 1937년 9월~12월 화물열차로 연해주 등 극동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으며, 이주 과정에서 노약자 다수가 사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우리가 비록 타국에 몸을 의지하고 있어도 우리는 한국인이다.’라고 생각하여 스스로를 고려인이라 칭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도 카레이(즉, 코리아, 고려)와 스키 (사람, 인)를 합쳐서 "카레이스키"라 부르는 등 우리 동포임을 잊지 않고 사는 동포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마을장례식 두레 진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서대문구는 사망자에 대한 정보수집과 동시에 7.18일부터 23일간 장례 준비를 위해 두레 관련자와 협의를 실시하였습니다. 장례의식 진행을 위해 재능기부를 실시한 주식회사 교원라이프와 협의를 하였으며, 교원라이프에서는 장례의식에 따른 위패, 제단, 제상차림 등을 준비하였습니다.
동신병원에서는 사망자에 대한 안치 및 추모공간을 지원하며, 장례를 위해 현재 세브란스에 안치되어 있는 사망자를 동신병원으로 7월 26일(금) 이송하였고, 서대문구 사회복지협의회, 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복지통장, 복지동장은 지역의 상주역할을 하였습니다.
<외국인 무연고사망자에 대한 배웅이 서대문구에서 진행하였습니다>
7월 29(월) 10시 반부터 11시 30분까지 외국인 사망자에 대한 장례의식이 서대문구 홍은동 소재 동신병원에서 진행된다, 서대문구청장을 비롯 사회복지협의회, 복지동장, 복지통장, 동 지역사회 복지협의체 위원과 민관협력기관인 교원라이프, 동신병원, 덕진공사 등 관계자가 함께 영결식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아울러 우즈베키스탄 영사관,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고려인 운동본부, 한국이주노동재단 등 그간 장례에 도움을 주었던 분들이 함께 치엔씨를 배웅하였습니다.
장례의식이 끝나면 14시에 시립승화원의 화장 진행 후 17시에 추모자의 집에 치엔씨를 안치하였습니다.
- 일 시 : 2013년 7월 29일 (월) 10:30
※ 화장일 : ‘13. 7. 29 (월) 14:00 (※ 화장예약 : 7.25, 목요일)
- 주요내용
당초계획: 동신병원 장례식장(장례의식 등 추모행사 진행)
확대운영: (당초계획) + (화장 및 유골 안치)
※ 화장(고양시, 시립승화원), 유골안치(파주시, 무연고추모자의 집)
평생을 외롭게 살다 죽는 순간까지도 홀로 외로웠을 치엔(CHJEN)에 대해 서대문구청장은 송사를 통해 이별을 전하였고, 송사는 그간 우리 사회에서 외로움속에서 사망하는 수많은 무연고자에 대한 지역사회에 대한 사과와 미안함을 담아 추모의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送 辭
음악 : The Life / S.E.N.S
마을장례지원단의 운영을 통해
살아서도, 죽어서도 혼자인
무연고 사망자의 외로움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생을 외롭게 살다 삶의 마지막 순간마저도 혼자일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외로운 죽음에 비로소 가슴 아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손 길 이겠지만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自畵像)을
내가, 그리고 우리가, 서대문구가 바꾸어 나가겠노라
이들의 외로움을 보듬어 주겠노라!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치엔(CHJEN)씨를 통해
우리 주위에는 잘 지내, 안녕,이란 낯익은 안부 인사 조차도
가슴 저미게 그리워 했을 이들이 많았음에 다시 한번 가슴이 아려집니다.
치엔(CHJEN)씨를 통해
우리 동포인 고려인의 외로움까지도 이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로 마음 먹은 순간
우리가 느끼고 이해 할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도 많아졌음을 깨달았습니다.
마음을 먹고 나니,
우리가 미처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가 도와줄 수 있었던 아쉬었던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먼 이국나라, 우즈베키스탄에서 그 어느 나라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고려인.
스스로를 한민족이라 칭하며 살아가고 있는 고려인
고국임을 잊지 않고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건너온 우리의 동포 고려인
당신이 한국에 도착해 겪었을 아픔과 슬픔 그리고 외로움에
미리 손 내밀어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질병 속에서 고통 받을 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 있도록
치엔씨의 얼굴을 마주한 채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치엔(CHJEN)씨가 걸어온
긴 외로움의 여정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너무나도 늦었지만
이제 가야만 하는 여행길은 덜 외로웠으면 합니다.
더 이상은
죽음의 순간까지도 외롭게 싸워야 하는 외로운 자들이 없도록
서대문구가 외로운 분들의 친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서대문구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머나먼 우즈베키스탄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치엔(CHJEN)씨를
서대문구가 배웅할 수 있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치엔(CHJEN)씨와 서대문구와의 인연(因緣)을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외로움은 고국의 땅에 내려놓으시고 이제는 편히 안녕히 가십시오
<화장과 안치에 이르는 전 과정 배웅으로 두레 계획을 확대하였습니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사망자에 대한 염습, 화장 및 유골안치는 시신처리업체(덕진공사)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리과정에서 시신안치에서 유골봉안 이르는 전 과정을 두레가 함께 배웅해 주는 것이 완전한 배웅이란 생각에 염습 진행 후 장례의식을 진행하기로 하였으며, 시신처리업체가 홀로 사망자의 시신을 운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대문구 두레 관계자와 함께 고양시 시립 승화원에서의 화장과 파주 무연고 추모자의 집에 유골안치를 하는 모든 일렬의 과정에 참여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서대문구는 장례준비 과정에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과의 두레2호 체결하게 되는데, 두레 2호는 현재 서울시설관리공단 산하에 있는 시립승화원과 서대문구청장의 협약으로 사망자의 화장 및 유골안치 시 서대문구 마을장례지원단이 함께 배웅을 하는 것과 매년 1회, 서대문구 무연고 추모의 날을 운영하여, 시립승화원에 안치되어 있는 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것을 포함하게 됩니다. 현재 시립승화원에 안치되어 있는 서대문구에서 처리한 무연고 사망자는 27구이며 그중 14구는 10년이 지난 합골 하였으며, 13구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우리 서대문구에 주소지를 두었으나 사체가 타구에 있어 타구에서 처리된 사망자는 46구로 서대문구는 내년부터 마을장례지원단 두레의 출범식인 3.13일을 기념하여 서대문구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날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마을장례지원단 운영을 통해 외롭고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마지막 가는길이
조금은 덜 외로워 지길 바라며
앞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조금씩 관심을 가져준다면
비록 작은 변화일지라도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일에 서대문구가 앞장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