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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책, 이별에 관해 묻는 애도 일기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서대문블로그시민기자단 2020. 5. 19. 08:46

오월의 책, 이별에 관해 묻는 애도 일기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가정의 달 5월입니다. 5월은 신선하고 맑으며 따스함이 듬뿍 느껴지는 계절이지요. 초록이 짙어가는 날, 권혁란 작가의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를 읽었습니다. 작가가 구순 엄마의 마지막 2년을 지켜보면서 엄마의 일생을 되돌아보고 엄마가 낳은 여섯 자식들의 이야기, 자신과 자신의 딸들과 엄마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4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울컥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 그리움, 무조건적인 사랑이 더없이 간절해집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피할 수 없는 것.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을 살다가 죽음의 순간에 이를 때까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오래 전에 저의 할머니께서 ‘백 년도 못사는 세상인데(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하긴 하지만요) 천 년을 살 것처럼 사는 게 사람이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만큼 죽음은 아주 멀리 있다고 느끼며 산다는 얘기겠지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은 예고 없이 갑자기 다가올 수 있지요. 또는 오랜 고통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올 수도 있습니다. ‘이별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이별할 것이란 생각에 우리는 연습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연습이란 다름 아닌 누군가와의 이별을 생각하고 마음으로 떠나보내는 연습이겠지요. 그리고 이별이 끝난 순간부터 떠난 자를 애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고 떠난 자를 위하여 조용히 기도하는 마음을 배워야 하겠지요.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유품정리를 하면서 엄마가 입으셨던 옷을 챙겨서 입는 구절을 읽을 때 눈물이 핑 돌면서 저의 지난날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엄마가 생전에 입으셨던 헐렁한 겨울바지를 입고 겨울한철을 보냈었거든요. 엄마의 살 냄새가 나는 듯해서 좋으면서도 슬픈 감정을 함께 느끼며 엄마를 애도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며칠 전 어버이날이었던 5월 8일, 찾아뵐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마음 한 구석이 서늘했었습니다. 청소를 하고 엄마의 영정사진으로 썼던 액자를 꺼내들고 엄마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마음속으로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요. 살아계실 때 나름대로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내 맘 편하자고 했던 것은 아닐까 후회도 되고 많이 미안해요...’ 라고 얘기를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작가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시고 화장을 한 후 엄마가 요양원에 가시기 전 까지 함께 살았던 오빠의 집 마당에 새로 나무를 심고 유골에 흙을 섞어 나무 아래 뿌린 수목장을 했다고 합니다. 뭔가 아늑하면서도 따스한 마지막 생의 여행이 아닐까요? 


오래 전에 신문에서 ‘사전장례식’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사전장례식을 치른 분의 이야기였는데, 말기 암을 앓고 계셨던 그 분은 최악의 고통이 오기 전에 자신과 가까이 지내고 마음을 나누던 지인들에게 장례식장에서의 만남이 아닌, 살아있을 때 마지막 인사를 하고자 마음을 정합니다. 그리고 몇몇 지인들과 마지막 생의 인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는데, 참으로 행복한 기분이었다고 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장기기증서약서, 유서, 장례 계획 등을 미리미리 준비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5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병상에 계신 분, 부모님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분들, 치매를 앓는 부모님이 계신 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많은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엄마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면서 제가 지은 시 한 편을 올려봅니다. 


 

유월

                                유지희


십여 년 전 넝쿨장미 앞에서 찍은 사진이

엄마의 영정사진이 되고 말았다

눈부신 태양 아래 붉은 장미는

그동안 순하게 살아오신 엄마의 어깨를

더할 수 없는 향기로 물들이며

꽃잎을 열었다


장미 향기 머금고 한 줌 재가 된지 벌써 4년인데

아직도 엄마는 해마다 넝쿨장미를 피워내신다


유년 시절 살았던 마당 넓은 답십리의 집에서

장독대를 하얀 행주로 닦고 또 닦으시던 엄마를 기억한다

잘 달여진 간장이 햇볕냄새를 빨아들이며

익어가던 때도 유월이었지

사진 속의 엄마는 흩어지는 햇볕냄새를 줍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