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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기울 때 나를 일으키는 시작의 풍경들, <저는 아직 서울이 괜찮습니다>

함께해요 서대문/기자단이 본 세상 2019.06.27 08:36

삶이 기울 때 나를 일으키는 시작의 풍경들, <저는 아직 서울이 괜찮습니다>

 

 서울은 역사가 깊은 만큼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다양한 풍경과 볼거리가 많은 도시이죠. 어느 외국인 관광객이 말하길, 서울은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에너지가 충만해 있다고 그 느낌을 전한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말이었습니다.

 

 

 이상빈 글, 손수민 그림의 <저는 아직 서울이 괜찮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습니다. ‘삶이 기울 때 나를 일으키는 시작의 풍경들’이라는 글귀가 은은한 꽃향기처럼 가슴에 스며드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치지 않을 때가 얼마나 있을까요. 그리고 뭔가 마음이 기울어진다고 느낄 때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풍경은 단지 나무와 꽃과 숲 등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경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골목길 풍경, 이렇게 저렇게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 많은 것들이 풍경이 되겠지요?

 

 

 8장으로 나누어진 소소한 이야기들과 어린 시절 만화책에 빠져들었던 기억을 불러오는 그림들을 보면서 가볍고 산뜻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답니다. 때로는 사진 한 장이, 혹은 그림 한 장이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지요.


 따뜻함이 묻어나는 이 책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답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대학입학과 동시에 서울에 살게 되면서 겪은 많은 일들이 가감 없이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홀로서기를 하면서 서울살이를 하는 즐거움과 어려움, 그리고 때때로 다가오는 상실감 등을 마주하는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독립된 삶을 살면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부모님 생각을 하게 될 텐데요. 그것은 한마디로 그리움이고 표현할 수도 있지요. 엄마라는 존재는 어쩌면 그렇게 자식들이 힘들 때를 귀신처럼 알아차리시는지... 힘들어서 위로가 필요할 때, 문득 전화를 걸어와 “괜찮냐....” 물으실 때 우리는 힘을 얻지요. ‘괜찮냐’는 짧은 말 속에 담긴 엄마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에 기대고 싶어질 때 오히려 힘이 나기도 합니다.

 

 

 서울은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도시이기에 더 의미가 큽니다. 젊은 시절의 사랑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환희이며 설렘이며 축복이지요. 어디선가 불쑥 만날 것만 같은 예감, 그 예감 뒤에 오는 만남의 순간은 세상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렇게 사랑을 알아가면서 가끔은 상실감에 사로잡히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입니다. 살면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고 잊어버린 것은 무엇일까요? 저마다 다른 빛깔로 채색되어진 시간표 속에서 과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책 속의 그림은 동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오밀조밀한 동네 골목길, 지하철 표지판, 한강다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 복잡한 거리 풍경, 카페, 아버지의 택시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 그림이 참 좋습니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가 너무도 그립습니다.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한 것들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많이 생각나는지요.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여름날, 아버지와 정릉계곡길을 갔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는 그때 참 젊으셨지요. 거의 50년 전의 일이니 까마득한 옛일이지만 또렷이 기억나는 하나의 풍경입니다.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나서 아버지 손을 잡고 걸었던 그 시간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마음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퇴근길에 아버지를 만나 집으로 가면서 작가는 이야기 합니다. “대낮에도 흐리던 마음이 새카만 이 밤에 맑게 갠다”고 말이지요. 그 구절을 읽는데 울컥 그리움이 솟구쳤습니다. 그런 맑음을 기다려 봅니다.

 

 마지막 8장에서 작가는 ‘불행은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외로울 때 누군가 곁에서, 혹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외로움이 조금은 옅어지겠지요. 가끔은 혼자이고 싶다는 말 속에는 영원히 혼자이지는 않겠다는 다짐이 스며있지 않을까요?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하는데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라톤은 기록을 깨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이런저런 어려움이 기다리겠지만 우리 삶은 완주하면 되는 것입니다.
 
 한낮의 태양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는 성하의 계절,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하거나 힘이 없을 때, 누군가의 따스한 보살핌이 기다려질 때, 마음의 위로가 되는 책을 읽고 싶은 분들께 <저는 아직 서울이 괜찮습니다>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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