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된 역사는 존재하는가 '어느 독일인의 삶'을 읽고!
독일에서 나치 선전부 장관으로 있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전직 비서였던 한 여성, 브룬힐데 폼젤의 이야기인 '어느 독일인의 삶'을 읽었습니다.
그녀는 1911년에 태어났고 2017년 10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한 여인의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치 권력의 핵심부에서 그녀의 임무와 경험했던 일, 나치 가담자의 생생한 증언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고백을 통하여 이 책을 엮은 정치학자 토레 D.한젠은 폼젤의 이야기에 담겨진 정치적인 의미를 분석하고 있는데 이를 통하여 현재와 당시 사이의 공통점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요즘 많이 화자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는데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를 구별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너무나 진짜 같은 가짜 뉴스가 없어지는 세상을 기대하는 것이 헛된 바람일까요? 106세 노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는 도덕성과 인간성에 대해 끝없이 묻게 됩니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경계가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나치 선전부의 속기사로 일하며 비서로 일했던 폼젤은 분명 나치 가담자이지요. 그러나 그녀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신은 정치적인 일에 관심이 없었고 그저 시키는 대로 일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중간 중간 그녀는 "자신이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여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직업에 충실한 것이 잘못된 일일까요?" 라고 이야기 합니다. 나치의 만행이 진행되고 있음을 몰랐고 나치가 그런 집단일줄 몰랐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이해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녀 자신의 중심에 있는 참과 거짓의 경계가 그렇게 모호했을까요? 아니면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녀는 애써 악을 외면합니다. 그만큼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괴로웠기 때문이겠지요.
폼젤이 비서로 업무에 충실했을 때 대다수 독일인들은 자신의 안녕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눈감은 채 나치를 지지했지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서 전쟁이 없는 시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지난 역사에서 앞으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사건들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해야 할 일이겠지요.
폼젤이 열여덟 살에 서점에서 일을 했고, 스물한 살에 괴벨스의 선전부에서 일하게 된 이후,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선택받은 느낌이었다고 표현할 만큼 충실하게 일했던 그녀의 삶에 인간적으로 측은한 마음도 들었고 과연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수차례 들었습니다.
이기적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폼젤의 삶, 그러나 그녀의 용기 있는 고백에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것이지요. 역으로 생각할 때 폼젤의 이야기는 우리를 번쩍 정신 들게 합니다. 깨어있는 올곧은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폼젤의 삶을 읽으며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반문해 보았습니다.
직업적인 출세가 가장 중요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진실이었겠지요? 자신의 기회주의를 인정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한때 연인이 있기도 했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었고 그 이후 독신으로 살아온 시대의 산 증인이었던 폼젤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이기심과 공공의 이익이 어긋날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참으로 어려운 질문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 책은 즐거운 책 읽기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