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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연희문학창작촌 가을문학축제<그안>에 가다!

서대문TONG 2011. 10. 14. 01:12



9월의 마지막 목요일, 새벽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전날까지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기온이 높아 아직도 여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구름이 지나가자 한 계절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데요. 여러분은 일 년에 책을 몇 권 정도 읽으시나요? 생각만큼 책을 안 읽게 되는 게 현실인데요. 음악과 함께 하는 문학축제가 있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연희문학창작촌 가을문학축제 <그안>

문학의 향기가 풍겨오는 연희문학창작촌에서는 가을문학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작가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열매를 맺어 작품으로 수확되는 곳, 신비로운 공간인 연희문학창작촌의 < 그안>에서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었을까요?  9월 29일 (목) <그안>의 첫 프로그램인 연희목요낭독극장과 9월 30일 (금)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 특별 강연회에 TONG이 다녀왔습니다. 신비로운 문학의 세계와 작가와의 특별한 만남이 있었던 <그안>으로 함께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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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안> 하나 : 9월 연희목요낭독극장 「터미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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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목요일의 <그안>은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야외무대가 아닌 미디어랩에서 열렸는데요, 금관오중주단 '브라스마켓'의 멋진 연주로 시작되었습니다. 트럼펫의 경쾌함과 호른, 투바, 트롬본의 조화로움으로 만들어 낸 신나는 '라쿠카라차'가 미디어랩을 가득 메우고 있는 관객들을 흥이 나게 합니다. 어느 새 박수로 박자를 맞추고 어깨 춤을 추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초대작가 박형준, 이홍섭 시인과의 이야기와 시낭독 : 시집이 나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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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시인의 사회로 9월 낭독극장무의 주인공 박형준 시인과 이홍섭 시인을 무대 위로 모셔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새로운 시집을 낸 두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자작시는 시인의 창작의 마음을 듣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박형준 시인은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를 ,이홍섭 시인은 '영월'을 낭송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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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방의 창문으로 때 이른 낙과가 지나갔다/ 하지만 그 젊은이는 여자를 기다렸다

그녀의 옷에 묻은 찬 냄새를 기억하며 / 그 젊은이는 가을밤에 맨방바닥에서 잤다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 지나갔다/ 창틀에 낙과가 쌓인 어느 날

물론 그 여자가 왔다 그 젊은이는 그때까지/사두고 한 번도 깔지 않은 요를 깔았다

지하방을 가득 채우는 요의 끝을 만지며/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

맨방바닥에 꽃무늬 요가 펴졌다 생생한 요의 그림자가/ 여자는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과나무의 꼭대기,/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의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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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에 가면 세수하고 싶다

영월에 가면/먼저 서강에 가서/ 이 마을의 처녀처럼 세수하고 싶다

비누가 없어도/ 비누거품 하나 일지 않아도/물처럼 만져지는/내 맨얼굴 같은 거

영월에 가면/영월에 가면/서강 갱변의 모래 같은/비정한 사내가 되어

이 마을 처녀 곁에서 /세수하고 싶다



                                                  - 이홍섭의 시집 『터미널』중 '영월' 전문






이야기와 낭독 손님들의  방담 - 작가, 가수, 배우, 관객의 낭독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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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된 천수호 시인과 김도연 소설가는 멋진 낭독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초대작가들에게는 자신의 시를 작가의 감성으로 듣는 감동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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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가수의 시는 마치 노래를 하듯 박자와 리듬, 보이지 않는 선율이 느껴지듯 읽혀집니다. 가수 '시와'는  작지만 감동이 있는 노래로 미니 콘서트를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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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낭독은 어떨까요? 배우 임정은과 신용진의 감정 넘치는 시 낭송은 작품 속의 그 사람이 되어 연기하듯 읽혀져 또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 지다가 입가에 미소가 번지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지다가  파안대소 하기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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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만 시를 지은 시인 옆에서 관객의 떨리는 목소리로 읽혀지는 시는 신선함과 여운이 남는 무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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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안> 두울  도종환 시인 특별 강연 <시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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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마지막 날,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시인, 앞에는 아름다운 서정을 두고 뒤에는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두고 끝내 그것을 일치시키는 시인' 이라 불리는 도종환 시인이 <그안>을 찾아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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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곳이 내 삶의 중심이고 삶의 기쁨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도종환 시인은 누군가에게도 아름답게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베트남에 초등학교를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도종환시인은 길가에 핀 과꽃의 소박함을 사랑하고 벌레 먹은 구멍난 나뭇잎을 보며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이라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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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은 한발 다가가서 깊이 있게 보는 것입니다. 비가 오는 날, 향기에 끌려 다가갔습니다. 비에 젖어 흔들리는 꽃은 향기도 빛깔도 잃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본질을 잃어버리고 초심을 잃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꽃과 같은 삶을 산다면 진정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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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를 통해 우리에게 길을 묻습니다. 시인이란 세상을 연민으로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남을 위해 뜨겁게 살자 합니다.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 의롭고 착하게 사는 사람이 많은 세상 속에서 진정 우리는 시를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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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즐기고 소통한 이번 가을문학축제에서, 문학의 향기가 물씬 풍긴 <그안>에서 가을을 풍성하게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소통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글, 사진 블로그 시민기자 서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