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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서대문블로그시민기자단 2016. 12. 15. 09:53

시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이다" 라는

글귀를 떠올립니다. 이 말은 '앙드레 모루아'가 했다고 하지요.

 

얼마 전에 읽은 책의 한 구절이었는데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프루스트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마치 꼭 읽어야할 책을 읽지 않은 듯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책이기에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고요.

 

자료를 검색해보니 대하소설이며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이라는 것도 알았지요. 내심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래 꼭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자, 전 세계적으로 문학사에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이라고 합니다.

 

"20세기 소설의 혁명", "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으로 일컬어지지요. 

민음사에서 발간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지금까지 총 6권으로 나와 있는데 프루스트를 전공한 김희영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에서도 암시하듯이 이 책의 주제는 '오랜 시간 불면에 시달리며 잃어버린 시간을 풍요롭고 창조적인 시간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6권의 책을 다 읽으려면 아마도 몇 달은 걸려야 할 듯합니다. 출판사(민음사)는 총 10권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 1년에 한 권씩 내놓는다고 하니 앞으로 4년 후면 총 10권으로 나오겠지요?  번역자의 노고가 얼마나 클까 생각하면서 1권을 읽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 까닭은 글의 내용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사물을 표현하는데 있어 묘사가 아주 섬세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지루하게 느껴질만큼 긴 문장으로 섬세하게 표현해냈기에 읽는 이에 따라 빠져들면서 읽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그 묘사에 지쳐 읽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소설은 허구이나 있을 수 있는 허구라고 하지요. 

그리고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거의 작가의 분신이라고 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화자 '나' 역시 마르셀의 분신입니다. 중년이 된 화자가 옛기억을 더듬고 회상하면서 <콩브레>마을 시간여행을 서술합니다.

 

 

 

 

"오랜 시간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1인칭 소설의 매력을 흠뻑 느끼면서 인내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어갈수록 프루스트의 섬세하고 세련된 문장에 감탄을 하게 되었지요.

 

화자의 어린 시절 잠 들기 전에 어머니와 나누는 짧은 키스의 추억, 바닷가 산책, 꽃향기, 따뜻한 보리수꽃차와 마들렌, 나비 등의 묘사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마치 그림을 보듯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읽으며 문학의 향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마들렌 과자에 대한 묘사를 한 번 읽어 볼까요?

 

이처럼 콩브레에서 내 잠자리의 비극과 무대 외에 다른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지도 오랜 어느 겨울 날, 집에 돌아온 내가 추워하는 걸 본 어머니께서는 평소 내 습관과는 달리 홍차를 마시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다.

  

처음에는 싦다고 했지만 왠지 마음이 바귀었다.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생자크라는 조가비 모양의, 가느다란 홈이 팬 틀에 넣어 만든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 오게 하셨다.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이 홍차와 과자 맛과 관련 있으면서도 그 맛을 휠씬 넘어섰으므로 맛과는 같은 성질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중략) 내가 찾는 진실은 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중략) 나는 찻잔을 내려 놓고 정신 쪽으로 향한다. 정신이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

 

이 소설은 모계 중심 사회의 생활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자의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되는 자아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지요. 주인공인 '스완'도 작가의 또 다른 분신입니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아주 많이 투영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출생한 프루스트는 7살 때 천식증세를 보였는데 아들의 건강을 염려한 아버지는 '일리에' 라는 마을로 그를 요양 보냅니다. 6년 여간 머물렀던 경험이 훗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모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34세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프루스트는 사교계에 발길을 끊고 오로지 창작에만 몰두하며 무려 13년에 걸쳐 쓰고 또 쓰고, 교정에 교정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과 시대성을 놀랍도록 세밀하게 담아낸 이 소설을 문학평론가들은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고 말합니다. 다소 어렵게 1권을 읽고 나서 이 평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지요.

 

책을 읽을 때 눈으로 읽지 말고 소리내어 읽을 때 참다운 독서의 의미를 발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 낭독에 뜻이 있는 사람들끼리 두어 시간 정도 책 한권을 돌아가면서 소리내어 읽는 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모호하게 문장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때로는 소리내서 읽고 싶은 충동이 있을 때는 주저하지 말고 소리내어 책을 읽곤 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리내어 읽어 볼까 합니다. 그렇게하면 주인공들의 심리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꿰뚫어 보게 되지 않을까요? 좋은 책을 읽는 즐거움과 함께 낭독의 즐거움을 느껴보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