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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수 없는 사회에 묻는 '기다림의 의미' 와시다 기요카즈 <기다린다는 것>

서대문블로그시민기자단 2016. 5. 30. 08:36

기다릴 수 없는 사회에 묻는 '기다림의 의미' 와시다 기요카즈 <기다린다는 것>

 

기다린다는 것! 그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기대하면서 혹은 상처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일본 작가 '와시다 기요카즈'의 <기다린다는 것>을 읽었습니다. 

책이 얇아서 빨리 읽을 수 있겠구나 했는데 그렇지 않았지요. 책을 읽을 때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책이었습니다. 때로는 앞에 읽은 내용이 제대로 생각나지 않을 만큼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을 집중하면서 기다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머리글에서 시작되는 글의 첫 부분은 산문시처럼 읽혀졌습니다.

목을 빼고 기다리고, 마음을 다잡아 기다리고, 숨죽여 기다리고, 몸부림치며 기다리고, 멍하니 기다린다. 애달프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고, 지치다 못해 끝까지 못 기다리고, 기다리다 쓰러지고, 밤을 새워 기다리고, 결국 정신이 나가도록 기다린다.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려도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는다... 몰래 마음속에 숨겨온 '기다림'의 통한도 서서히 표백되어 간다.

우리는 기다리면서 살아갑니다. 그 기다림의 대가가 있든 없든 기다림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지요. 새벽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할 때 부터 늦은 밤 잠이 들때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기다림을 마주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십여 년 전부터 긴 기다림의 시간이 빨라졌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요? 저마다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는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기다림이 주는 여유로움을 많이 잃어버리고 산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것은 휴대폰이 생긴 이후의 사회적 변화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아주 오래 전, 어찌 보면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하얀 종이나 혹은 예쁜 편지지를 골라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썼었고, 편지를 쓰면서 마음이 가다듬어 짐을 느끼고 설레기도 했던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답장이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도 편지를 썼던 기억이 마치 한 편의 그림처럼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손으로 정성들여 쓴 편지를 보냈고 가끔은 편지를 받으면서 얼마나 기뻤던지요. 편지를 받아 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그 마음을 알기에 정성들여 편지를 썼던 시절이 마치 까마득한 옛일같기만 합니다.

예측할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조금은 느리게 가는 세상을 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 이 책을 차분히 음미하면서 읽어보면 어느 정도 느리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잊어도 되는 것, 잊으면 안되는 것, 그리고 잊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기다리는 것 자체를 잊으려고 하는 가운데 멈춰서서 몇 번이나 거듭 스스로에게 이렇게 타이를 수 밖에 없는 것은 잊기 어렵다.

이렇게 헤집어 파헤치는 일이 언젠가 상처를 아물게 해줄 때까지 사람은 몇 번이나 멈추어 선다. 멈추어 서면서 멈추어 서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기다리는 것을 못 견뎌하는 하는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할 얘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또한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줄만큼 기다리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카운슬링에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일이라고 합니다. 들어주는 일의 어려움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지요.

"들어준다는 것이 누군가의 말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면, 들어주는 일은 기다리는 일이다. 이야기하는 쪽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든 이해받을 수 있구나, 조건을 따지지 않고 내 말을 다 받아들여 주는구나, 하는 식으로 자신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감촉을 느낀다. 그렇다면 '들어준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 말이 똑똑 떨어져 내릴지 예측할 수 없는 '남(他)'이 찾아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일 것이다."

 저는 이 부분을 오래도록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들어주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요즘 치매 환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하지요. 저자는 치매에 대하여도 많이 이야기 했습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점점 줄어드는 세상에서 우리 주위에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마주할 때가 많습니다.

치매 환자의 이야기를 반박하지 말고 그대로 이해해 준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해하려 노력하고 따뜻한 보살핌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기다림에 익숙해지게 될 때, 기다림을 그리워하게 될 때 우리의 삶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옮긴이 김경원의 역자 후기 마지막 부분을 우리 함께 음미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기다림'을 둘러싼 철학적 사유를 저자와 독자가 나눌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더불어 늘 발신자로 존재했을 하늘 천(天)의 목소리를 어렴풋하게나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인간들아, 좀 기다리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