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이라 하면 여러분들은 무엇을 먼저 떠올리시나요? 누군가는 신촌의 어떤 장소를 떠올릴테고, 누군가는 신촌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겠지요. 혹시 "독수리다방"을 떠올리는 분들 계시나요?
1970년대와 80년대, 신촌에 있는 독수리다방은 젊은이들의 열정과 낭만이 있었으며 시대의 아픔도 함께 했던 공간이었습니다. 그 시절에 대학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학문과 정의에 목말라했으며 사랑 또한 갈급하게 그리워했지요. 젊은 날의 한 때를 신촌에서 보냈던 이들은 독수리다방을 기억할 것입니다
연일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속에서 신촌의 독수리다방을 찾아갔습니다. 새파란 겨울 하늘아래 모든 것이 쨍하고 소리가 날만큼 추웠지만 거리를 걷는 기쁨이 겨울 찬바람 만큼이나 상량했습니다.
독수리다방은 신촌에 있는 창천교회 앞 독수리 약국 건물 8층에 있는데 지하철 신촌역 7번, 8번 출구로 나와 연세대학교 방향으로 걷다보면 오른편에 있답니다. 요즘 카페는 대개 1, 2층에 있는데 8층에 다방이 있다는 것도 매우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8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엘레베이터 안에는 오래된 흑백사진이 걸려있습니다. '1970년~80년대 초창기 독다방 사람들'이라는 정겨운 설명이 붙어 있네요.
독수리다방은 1971년에 김정희 여사님께서 운영을 시작하셨다고 하는데 사진에 주인 할머니 모습이 보이지요? 흑백사진은 참 정겹습니다.
독수리다방은 1971년에 문을 열었는데요. 30여년의 영업 후에 운영난으로 2004년에 문을 닫았다가 현재의 손영득 사장님이 2012년부터 다시 영업 준비를 하여 2013년 1월, 다시 오픈하게 되었답니다. 손영득 사장님은 바로 김정희 여사님의 손자라고 합니다. 어떻게 손자가 독수리다방의 문을 다시 열게 되었는지, 아래 인터뷰에서 소개해 드릴게요. ^^
8층에 내리니 왼쪽 메모판에 가득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고 무슨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 걸까요?
이전의 독수리다방에서도 이와 같은 메모들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었던 시절이 아니라, 약속을 하고 만나지 못하면 게시판에 전할 말을 편지로 써서 꽂아 두었던 것이지요.
그 때의 소통 방식이 떠오릅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지만, 그 당시에는 답답함보다는 막연한 기다림과 설렘이 있지 않았을까 상상도 해 봅니다.
벽돌색이 편안해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깊고도 그윽한 커피향기가 훅~스며 들었습니다. 여느 카페와는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유럽의 소박한 카페 분위기도 나고 왠지 이곳에 앉아 있으면 시끄러운 마음이 차분해질 것만 같습니다. 짙은 밤색 테이블도, 우윳빛 스탠드도 참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도 마음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테라스에 있는 테이블은 날씨가 추워서 비어있었지만 따스한 봄부터 가을까지는 아주 좋을 듯 하네요. 8층에서 내려다 보는 신촌을 느끼며 누군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방 시간이 흐르겠지요?
독수리다방의 문을 다시 열어 손님을 맞이한 손영득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손영득 사장님 -
독수리다방에는 "독방", "수방", 그리고 "리방"이 있습니다. <독>방은 책을 읽는 곳이고,<수>방은 휴식 공간이며,<리>방은 모임공간 이라는 설명이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겨울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을 만났습니다. 요즘은 카페에서 학생들이 과제를 하거나 공부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지요? 예전과 달라진 카페풍경이 낯설지 않습니다. 시대에 따라 문화도 바뀌고 생각도 바뀌는가 봅니다.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김은주 학생(연세대 4학년)
독수리다방을 내려오면서 맑고 파란 겨울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창공을 높이 날고 있는 힘찬 독수리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하루 중 언제라도 여유가 있는 시간, 독다방을 찾아 여유를 마음껏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