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도서관 동아리 '시의 숲길을 걷다' 가을 문학기행, 충북 제천 의림지를 가다!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서대문도서관에 특별한 동아리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바로 <시의 숲길을 걷다>라는 문학 동아리인데요. 이 동아리는 서대문도서관에서 매월 넷째 주 금요일에 도서관 1층에 있는 책多방에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회원들 모두 시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시의 숲길을 걷다> 동아리는 2013년도에 결성되어 그 해에 제1호 동인지를 펴냈습니다. 그리고 올해 말, 제2호 동인지를 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아리가 한 번 결성되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데, 동인지도 펴 내고 매월 빠짐 없이 모이고 있으니, 그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아래 사진은 <시의 숲길을 걷다> 동인지 제1호입니다.
<시의 숲길을 걷다> 회원들은 이번 11월에는 서대문도서관이 아닌, 충북 제천에 있는 의림지로 가을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문학소녀가 된 듯 회원들은 단풍든 의림지를 걸으며 시를 이야기하고 문학을 이야기 하면서 뜻깊은 하루를 보냈지요. 그 문학기행에 동행해 볼까요?
** 사진은 시의 숲길 회원인 박옥주 회원님께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의 숲길을 걷다>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는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시를 잘 모르긴 해도 그저 시가 좋아서 시집을 펼쳐놓고 많이 읽었지요. <시의 숲길을 걷다>라는 동아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낙서처럼 공책 여기저기에 적어 놓았던 글들을 하나씩 꺼내어 다듬으며 회원들과 함께 시를 읽고 감상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참으로 소중합니다. 이순의 나이를 넘어 시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 조외순 회원 - (위의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조외순 회원님의 말입니다. 조외순 회원님은 2013년 2013년 가을, 문예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사회복지관에서 컴퓨터를 가르치시면서 시 동아리에도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시는 김영식 회원님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 쓰지는 못해요. 좋아하는 마음으로 나와서 시인들의 시를 낭독하는 것이 기쁨니다. 지난 해 봄에 서오릉으로 야외수업을 갔을 때가 기억나요. 진달래가 한창인 숲길을 걸으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냈던 추억이 새삼 그립습니다. 좋은 시를 많이 읽으면 마음에 행복이 깃들지요."
- 김영식 회원 - (위의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올해 발간 예정인 <시의 숲길을 걷다>동인지 2호에 실릴 회원들의 시 한 편씩을 먼저 소개해드릴게요. 중간 중간 제천의 가을 풍경을 전해드립니다. ^^
고향
구춘지
고향집 뒤뜰에
감나무 한 그루
감꽃 떨어지면 실에 꿰어
동생 목에 걸어주던 그때가 그리워
오십여 년이 훌쩍 흐른 뒤 고향집 찾아가 보니
내가 살던 집은 간 곳이 없고
늙은 감나무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네
가지마다
가을 등불 달고
붉게 익어가고 있다
안개속처럼 희미한
옛 생각 접고 돌아서려니
그제서야 까치들이 나를 반긴다
유월
조외순
찬란한 햇살 초록 잎새들
흐드러진 밤곷이 짙은 향을 토해내고
녹음은 젊음으로 출렁이는 청춘의 길목에서
일상의 짐, 겉옷처럼 벗어 놓고
내 안에 부는 바람 재우며
나
오늘 춤추고 싶어라
겨울 소나무
박순애
사시사철 변함없이 늠름하게
푸른 잎으로 꼿꼿이 서 있네
네 그늘 밑에 앉아서 밥을 먹을 때도
같이 먹고 쉬어 갈 때도 너와 함께
너의 향기를 맡으며 쉬었다 가지
너를 나의 두 팔로 안아주기도 하지
앙상한 가지만 남아서 떨고 있는
나무들을 감싸주고 사랑해주렴
푸른 너의 마음으로 산을 지켜주렴
하늘은 살아 있다
김영식
하늘이 화나면
천둥 번개 치고
세찬 바람 보내어 모두 쓰러뜨리며
그래도 안 풀리면 큰 비 내려
눈물바다 만들지
하늘이 경고 한다 먹구름으로...
하늘이 기분 좋으면
활짝 웃는 햇빛 주고
밤이면 별과 달로 보석 하늘 만들며
시원한 바람 보내 콧노래 절로 나니
깊은 산속 오지마을 더욱 청정해 진다
이제는
김도연
곤두박질 치듯 달려온 세월
머물러주지 않는 영혼
부딪히며 담아내 흔적들
시간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이별주 한 잔 건네고 싶지만
애원하는 갈망의 눈빛
삶을 초울한 듯
긴 터널을 지나오며
다시 돌아보고 싶은 꿈같은 세월
이제는,
가슴 한 켠에 묻어주고
추억을 꿈 꾸며 사랑하리라
생채기
박옥주
쓰리고 아리다
따끔거린다
연이어 터지는 비명소리
붉은 배롱나무 꽃잎이 흐벅지게 피던 날
가슴 밑바닥 어느 구석에 숨겨진 아픔
말라 조그라 붙은 딱정인 줄 알았는데
뜯어내면 여전히
또 다른 흔적으로 버티고
내 몸에 기생하며 나갈 줄 모른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이 안간힘
어찌 또 참아 낼까
젖은 종잇장 같이 무너져 내린다
외로울 땐 거울을 봐
김송이
샤워 후 거울을 본다
색을 지운 부스스한 얼굴
선풍기에 대충 말린 바람난 머리
매일 보지만 어딘지 낯선 듯 낯익은 얼굴 둘
나이 드는 내 얼굴 속엔 부모님이 산다
장치로서 내 안에 있어 바꿀 수 없는 유전의 힘
그래서 부모님이 그리운 날엔, 장승처럼 서서
오래도록 거울속의 나를 들여다본다
한강 2
이우룡
깊은 가슴으로 만나는 강
호수처럼 잔잔하다고 속까지 잠잠한 건 아니다
소용돌이치는 강바닥
용암처럼 꿈틀대며 뜨겁게 흐르는데
어찌 그 속마음까지 다 내보일 수 있으랴
고통이야 안으로 삭이고 드러내지 않을 뿐이니
강물은 깊을수록 소리 없이 흘러간다
빈집
이송원
빈집 뜨락
햇살도 비켜간 자리
잡초도 소리 죽여
잊혀진 시간을 덮고 있다
시를 사랑하는 시의 숲길 회원들의 시창작이 나날이 발전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