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역사관][휴먼라이브러리]
"평화, 공존의 삶을 꿈꾸는 사람책과의 만남"의 현장에 다녀와서
마른 장마가 계속되는 요즘, 한여름 못지않는 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쳐갑니다. 주말에는 더위를 피해 산과 강으로 인파가 몰리고 있는데요, 지난 토요일(22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11옥사에서는 특별한 만남을 위해 더위를 온몸으로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저항과 수난사를 증언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소중한 이야기를 간직한 휴먼북과의 만남, 휴먼라이브러리 행사가 열렸는데요, 그 현장에 TONG이 함께 했습니다.
10인 10색의 휴먼북과의 만남 속으로~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국경없는 의사회 활동가인 김나연님의 방에서는 의료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전쟁과 빈곤의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학적 치료뿐아니라 질병과 가난으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활동을 통해 삶을 회복하는 일은 평화와 공존을 위한 첫걸음임을 일깨워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태준식님의 방에는 미래의 영화감독을 꿈꾸는 젊은 열기가 가득했는데요, 우리 사회의 어둡고 비극적인 상황을 담아내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활동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삶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인권운동가 박래군님의 방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모였는데요, 답답한 감옥 체험을 통해 열악했던 그 때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열악한 위치에 있는 모든 이들의 권한에 대한 인권운동으로 영역이 넓어진 요즘 시민과 함께 하는 인권운동을 펼쳐나가는 공존의 삶의 실천에 모두 공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평화학자인 정주진님의 방에는 평화해결, 갈등해걸의 실마리가 되는 평화의 비전이 나눠지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이유와 갈등에 대한 토론 속에서 진정한 평화를 찾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에 함께 하는 분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현장이었습니다.
노동상담가로 활동하시는 하종강님의 방에는 노동현장의 모습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가교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나눴습니다. 우리 가족 중 누군가는 노동자이고 노동의 문제는 바로 우리 삶의 문제임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교실 평화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계시는 박종철님의 방에는 평화로운 학교를 염원하는 학부모님이 모였는데요, 학교폭력의 실태와 평화로운 학교를 위한 노력들에 대해 들으면서 가정에서의 교육과의 연계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역사학자 한홍구님의 방에는 부모님과 함께 온 학생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역사에 대해 좋아하냐는 질문에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관심을 가져 보겠다는 솔직한 대답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역사왜곡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요즘, 역사학자가 바라본 역사에 대한 인식과 이 시대에 필요한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1인미디어 '미디어몽구'를 운영중인 김정환님의 방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취재하며 독자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따뜻한 청년의 이야기를 젊은 청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요집회때마다 현장에 참여하고 모금운동을 통해 할머니들의 승합차를 마련해 드린 이야기는 뚝심있는 언론의 힘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진작가 임종진님의 방에서는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은 대출자들의 방문이 있었는데요, 타인의 삶이 가치를
드러내는 사진, 함부로 찍지 않는 사진, 치유가 되는 사진행위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에도 영혼이 있다는 사진작가로서의 자부심과 방북취재를 통해 거대한 역사의 현장을 직접 카메라에 담는 경험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심보선님의 방에는 타인과 삶을 나누고 예상치 못했던 순간 사람들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경이로움에서 희망을 찾았던 작가의 시선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인간과 세상을 시와 사회학이라는 두 개의 창으로 보는 남다른 눈을 가진 시인이자 사회적 실천의 현장에 동참하는 사회학자의 틀별한 삶의 이야기에 함께 공감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서대문구청장은 "휴먼라이브러리를 통해 만난 열분의 사람책은 평화와 공존의 삶을 꿈꾸고, 만드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쉽지 않은 길을 가고 계신 분들입니다. 이분들과의 만남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을 믿고 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통해 더 많은 분들과의 만남과 소통을 준비하겠습니다." 며 많은 분들의 참여와 관심을 부탁했습니다.
휴먼책 임종진님을 대출하신 박금순님(서대문구 남가좌2동)은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NGO활동가로서 인물 중심의 사진을 주로 찍으시고 기자 활동하시면서 찍으셨던 사진에 매료되어 신청했어요. 문학가로서 따스한 시선을 가진 선생님과의 대화는 마치 책에서 걸어나오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놀랐습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다음에도 이런 행사가 있다면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는 감옥속에서 진행되었지만 잠시나마 평화와 공존의 삶을 꿈꿀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휴먼책과 대출자 모두에게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글, 사진 블로그시민기자 서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