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헌책방 탐방]
책 보물 창고 대양서점을 찾아
‘책 속에 길이 있다’ ‘독서는 마음을 살찌우는 영양소’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등 책과 관련된 좋은 말들이 많이 있지요.
홍제동에서 25년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헌책방<대양서점>을 아시는지요? 그 곳을 여러 차례 지나다니면서도 무심코 지나쳤는데 오늘은 드디어 책 보물로 가득 찬 서점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와 홍은4거리 방향으로 직진하면 사거리 조금 못 미쳐 대양서점이 있답니다. 좁은 공간이긴 하지만 가지런하고 빽빽하게 책꽂이에 꽂힌 여러 종류의 책들을 보니 부자가 된 듯 했습니다. 요즈음의 서점처럼 널찍해서 책을 보기 쉬운 구조는 아니지만, 집중해서 책 한 권 한 권을 보다 보면 추억 속의 책을 발견할 것 같은 모습입니다.
출입구가 보이는 곳에 사장님은 소파를 두셨네요.
소박함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헌 책 특유의 향을 맡으면 종일 추억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전자사전이 있어 예전처럼 두꺼운 영어사전이나 국어사전을 찾는 일이 거의 없지요. 전자사전으로 단어를 찾는 것이 훨씬 시간도 절약되고 편리하지만, 종이사전을 뒤적이면서 단어를 알아가던 그 맛은 사라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종이사전을 앞뒤로 넘기면서 단어를 찾다 보면, 찾으려고 하는 단어 외에도 여러 가지 단어들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요. 그러다 보면 저절로 공부가 되기도 하고, 정말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 대양서점에서 아주 오랜만에 두꺼운 사전을 보니 중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사전을 찾아가면서 공부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서점의 오른쪽 벽면에 있는 서가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문학사에 많은 업적을 남기시고 <갑사로 가는 길>이란 수필을 쓰신 이상보 박사님(사진 오른쪽)이 서점의 정종성 사장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이상보 박사님은 대양서점에 자주 들르시어 책도 사시고 사장님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시는 단골손님이라고 하십니다.
요즘 보기 힘든 LP판을 보니, 30여 년 전 오디오에 LP판을 올려놓고 바늘을 조심스럽게 올려 클래식 음악을 들었던 날들이 머릿속에 그림처럼 펼쳐졌습니다. 아름다웠던 옛 추억을 반추해보는 것도 삶의 잔잔한 기쁨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혹시 LP판을 수집하는 분이 계시다면, 대양서점에 들러 보세요. 찾고 싶었지만 찾지 못했던 소중한 LP판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조선일보 등 다양한 일간지에 소개되었던 대양서점의 기사를 보니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답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대양서점에 대한 사장님의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지요.
책과 사전들은 상태가 양호합니다. 거의 새 것과 다름없는 책과 사전도 많았지요. ‘헌 책’이라면 쉽게 떠 올릴 수 있는 빛바랜 종이색과 퀴퀴한 냄새가 헌 책방의 전부는 아니지요. ^^
대양서점의 명함입니다. 명함 뒷면에서는 책에 대한 사장님의 애정이 한 가득 느껴지네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듬뿍 느낄 수 있는 곳이 헌책방이 아닐까요?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자녀들 손을 잡고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싼 값에 사서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와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책을 읽는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중의 하나가 책 읽는 소리라고 하지요. 새 학기를 맞아 온 가정에 책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글, 사진 : 블로그 시민기자 유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