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걷고 싶은 명품길]
서대문구의 알프스라 말해도 좋을만큼 아름다운
서대문 안산자락길을 걷다
<자락길을 찾는 구민들의 이야기>
가을의 막바지에 다다른 11월 중순입니다. 자연의 모든 색들은 파스텔톤으로 물들고 단풍든 나뭇잎들이 바람에 떨어지며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지난 봄에 단장한 일부 자락길에 이어 독립문 한성과학고등학교 까지 연결된 자락길은 이제 서대문구민의 많은 사랑을 받는 길이 되었습니다.
늦가을 비가 내리고 맑게 갠 일요일 오후 안산 자락길을 걸었습니다.
자락길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바라보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지요.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
자락길에 떨어진 빛고운 단풍잎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입니다. 떨어진 고운 잎들을 나무 밑둥에 조심스레 올려 봅니다.
자락길을 걸으며 바라본 풍경을 보면서 마치 동화의 나라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자락길을 찾은 많은 이들이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렸을 돌탑도 보입니다. ^^
보기에도 정겨운 자그마한 북카페도 있네요.
옆에는 정자도 있고 둥근 테이블이 있는 쉼터도 보입니다.
날씨가 따뜻할 때 북카페에서 책 한 권을 찾아 읽는 읽으면 좋겠지요? 집에 있는 책을 정리하실 때 몇 권쯤 가져와 북카페의 책꽂이에 꽂아보시면 어떨까요? 북카페는 기증해주실 책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가을의 막바지에 다다른 자락길의 모습입니다. 봄을 맞이하는 자락길의 모습은 또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여유롭고 행복해보였습니다. 안산 자락길을 찾은 구민 중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부부가 함께 걸으니 건강해짐을 느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자락길을 걷고 싶어요."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가 함께 자락길을 걷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부부가 오랜 세월을 살다보면 서로 닮아간다는 말이 있지요. 홍은2동에 거주하시는 김규섭(77세), 양경희(74세) 부부의 이야기 입니다.
<우리는 거의 매일 자락길을 걷지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부부가 함께 걸으니 건강해짐을 느끼며 서대문구에 이렇게 좋은 길이 생겨서 마음이 흐뭇해요. 홍은동의 동신병원 바로 아래길로 내려와 물레방아를 지나 한성과학고등학교길까지 갔다 돌아오는 왕복길이 2시간 정도 걸리는데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좋지요. 자락길이 조성되기 전에는 매일 걷지 않았는데 자락길이 연장된 이후로는 매일 걸어요.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자락길을 걷고 싶어요.>
"집 가까이에 산책로가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저 이 길을 걷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지요."
연희동에 거주하시는 63세 김효순 어르신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며 한사코 사진은 찍지 않으셨지만 인터뷰에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저는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주말에는 꼭 자락길을 걸어요. 혼자 올 때도 있고 가족과 함께 올 때도 있지요. 연장된 자락길을 걸으며 집 가까이에 산책로가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저 이 길을 걷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지요.>
여섯 살, 아홉 살 자매의 귀여운 모습입니다. 이 길을 언니와 함께 걸으니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동생은 그저 좋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웃는데 천진난만한 표정이 한없이 예뻤습니다.
"폭이 넓어져서 한결 걷기에 좋지요.
눈이 오면 포장된 길은 미끄러울 거예요.
미끄럽지 않게 가로로 흠을 내어 울퉁불퉁하게 해 주세요."
홍제동에 사시는 67세 어르신과의 인터뷰 입니다.
<길이 연장되어 참 좋아요. 그리고 연장된 길은 먼저길보다 폭이 넓어져서 한결 걷기에 좋지요.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이야기 할게요. 다름이 아니라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눈이 오면 나무로 된 길은 미끄럽지 않을 테지만 포장된 길은 미끄러울 거예요. 구민의 한 사람으로 바라는 것은 이 길에 빨래판처럼 가로로 홈을 내 주어 약간 울퉁불퉁하게 되면 미끄럽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꼭 부탁드리고 싶어요.>
"급할 게 없으니 천천히 걸으면 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니 다리도 아픈 줄 몰라요."
홍제1동에 사시는 최은옥(75세) 어르신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다리에 관절염이 있어요. 그래서 자락길에 조성되기 전에는 산에 올 엄두도 못냈지요. 그런데 자락길이 생긴 후 얼마 전에 처음 와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관절염 때문에 자주 오지는 못해요. 그래도 오늘 세 번째 오는 거예요. 혼자와도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급할 게 없으니 천천히 걸으면 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니 다리도 아픈 줄 몰라요. 오늘 오면서 느낀 건데 앞으로 자락길이 널리 알려지면 여러 지역에서 이 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아요. 나도 다음에 올 때는 답십리에 사는 친한 친구와 같이 오려고 해요.>
"다리 아픈 사람도 걷기 좋게 되어 있네요.
앞으로 자주 남편과 함께 올 생각이예요."
홍제1동 한양아파트에 사신다는 윤영기(76세), 엄주복(72세) 부부의 이야기 입니다.
<남편은 자주 이 길을 오시지요. 나(엄주복 어르신)는 오늘 처음 따라와 봤어요. 다리가 아파 오지 않았는데 오늘 와 보니 다리 아픈 사람도 걷기 좋게 되어 있네요. 이렇게 좋은 길을 조성해주어 참 좋아요. 앞으로 더 길게 연장이 된다고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매일 따라오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자주 남편과 함께 올 생각이에요.>
두 시간 정도 자락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깊은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며 생각을 정리하면서 마음 가득 가을의 이야기를 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가을 추억을 만든 날이기도 하였답니다.
더 많은 구민들이 자락길을 찾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만나 뵌 구민들의 자락길에 대한 바람이 곧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
글, 사진 : 블로그 시민기자 유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