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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서대문/복지와 여성

서대문 100가정 보듬기 사업 - 거위의 꿈, 소영이의 일기

서대문TONG 2011. 6. 14. 15:48
바야흐로 초여름입니다. 요즘은 비에도 영양이 듬뿍 들었는지 한번 뿌릴적마다 녹음은 점점 짙어지고 장미꽃은 더욱 자기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6월입니다. 서대문구 지역사회에도 이렇듯 생기를 붇돋워주는 가랑비 같은  따뜻한 사업 100가정 보듬기 사업 희망가정 그 두번째 이야기 .. 소영이가 감사와 희망의 노래를 부릅니다.



OOOO년 OO월 OO일 일요일
비오는 일요일 아침의 기도

비가 오는지 창 밖은 아직도 캄캄하다. 잠은 깼지만, 할머니가 깨워주는 게 기분이 좋아
조금 더 이불 속에서 버텨본다. 어김없이 할머니는 나를 깨우러 방으로 들어오셨고,
나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머니와 함께 간 성당. 기도를 드리고 사랑을 배우고,
사람들 틈에서 우리가 살아 갈 희망을 느끼고 감사를 드리는 곳.
나는 이곳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말고,
이 세상 모든 것에 감사드리라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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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성당의 다니엘 신부님은 아빠같은 미소를 보여주신다.
다니엘 신부님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엔 참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할머니와 다니엘 신부님과 나를 믿고 아껴주는 그 수많은 사람들.
그 분들에게 당당히 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침 미사를 마치고 성당 문을 할머니의 손을 잡고 나선다.
언제 그랬냐는 듯 먹구름은 멀리 물러가고
하늘에는 희망을 이야기하듯 환한 햇볕이 세상을 비추고 있다.

OOOO년 OO월 OO일 월요일
나를 울리는 유일한 말, 엄마

길거리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난 어느 작은 꼬마 여자 아이와 엄마가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 틈에 섞여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엄마의 손을 잡아본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엄마의 체온을 느끼지 못하는 손을 보다보면 눈앞이 흐려지곤 한다.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는 병을 앓고 있다. 우리 형편을 잘 아는 엄마는 집을 떠나 친구분과 함께 따로 사신다.
그래서 얼굴을 보는 일이 드물다. 그나마 지금은 연락조차 끊어졌다.
가끔은 원망도 한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엄마의 손을 잡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라는 거에 너무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마음을 굳게 먹는다. 결코 쓰러지지 않겠다고,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엄마가 없는 집은 허전하다. 그래도 나에겐 언제나 나를 사랑하는 할머니가 계신다.
언젠가는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오순도순 재미있게 살 날이 오겠지.
내 걱정만 하는 할머니에게 보답할 날이 오겠지.
아픈 엄마의 병을 낫게 하고 함게 웃으며 손 잡고 시장을 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OOOO년 OO월 OO일 수요일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오늘도 늦게까지 학교 강당에서 뮤지컬 연습을 한다. 친구들은 나를 뽀로로라고 부른다.
뮤지컬에서 뽀로로 역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연기를 꽤 잘하긴 하나보다.
아빠에게 조르는 역할인데 너무 잘 한다나.


사실 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려 했었다. 우리 가정 형편에 그건 사치라고 생각했다.
엄마의 소식을 듣지 못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할머니는 매일 힘든 청소일에 매달려 계신다.
이런 상황에 내가 고등학교에 간다는 것이 왠지 미안하기만 했다.


그런 내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언제나 나를 위해서 내 편이 되어 주신다.
그런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내가 마음을 약하게 먹어서는 안 된다.
나는 결국 일반고가 아닌 특성과 고등학교인 서울 방송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기계 만지는 것과 수학을 좋아하는 나는 음향감독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
방송국에 취직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꿈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한 집에서 즐겁게 사는 것이 내 꿈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소박한 꿈마저 이루기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거다. 나는 원래 승부욕이 강해서 남에게 지기 싫어한다.
나 스스로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며 운명이라는 것에도 지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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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O년 OO월 OO일 일요일
언제나 똑같은 할머니의 기도

오늘도 할머니는 나를 위해 기도를 하신다. 작게 기도하는 목소리가 내 귀에도 들려온다.
내가 올바르게 자라기를, 가족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편안하게 살기를.
할머니의 기도는 언제나 나를 위한 기도다.


할머니는 언제나 나에게 당차고 씩씩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인지 주변 어르신들에게 나는 언제나 씩씩하고 인사성이 좋다고 칭찬을 듣는다.


오늘도 할머니의 기도를 들으며 할머니의 사랑을 느낀다. 그 사랑을 나는 언제쯤 갚을 수 있을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할머니의 말을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뿐이다.
할머니는 언제나 그거면 충분하다고 말씀하시만
우리 수입으로 내 공부를 시키는 것도 버거운 걸 잘 알고 있다.


오늘은 나도 할머니를 위해서 기도를 하려 한다.
아프지 마시고, 언제나 건강하시라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OOOO년 OO월 OO일 일요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3개월 전 할머니는 허리를 다치셨다. 그런데도 구청에 나가 계속 일을 하신다.
수입은 적고, 점점 생활비에 방세, 학교 다니면서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늘어만 간다.
경제적인 문제는 나를 좌절하게 만들고는 한다. 그만큼 우리 집의 생활은 어렵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힘들다는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신다.
그리고는 열심히 기도하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믿음을 한 번도 버리지 않으셨다.
그런 할머니의 기도가 통했는지 오늘 귀한 손님이 오셨다.


서대문 구청 직원분과 기업을 하시는 이신근 사장님이 방문하신 것이다.
우리 집이 서대문 100가정 보듬기 사업에 선정되어 경제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제 할머니의 무거운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게 되었다.
매달 받게 되는 이 후원금으로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노래 가사처럼 언젠가는 멋지게 날아오를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고 이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해준 서대문 100가정 보듬기와 이신근 사장님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꿈을 이룰 희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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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있는 운명이란 벽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



이 글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이 노래 후렴구가 흥얼거려집니다. 가수 인순이가 이 노래를 부를적마다 열심히 수화로 함께 하는 것 보셨지요? 이렇듯 누군가의 작은 관심으로 한가정. 한사람이 이세상에 다시 희망이라는 작은씨앗을 소중히 뿌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영이의 노래 다음으로 들려올 노래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