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광복절 기념공연에 다녀와서
광복절을 기념하여 8월 15일 광복절 당일, 독립운동사의 실질적 현장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었는데요. 주욱 늘어선 줄에서 시민들의 관심이 듬뿍 느껴졌습니다.
역사관 내 이곳 저곳에서 기념촬영도 진행되었지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신기함과 호기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사관 경내에서는 <광복 68주년 기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청소년 관람 감상문 대회>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초, 중, 고등학교 학생 약 500여 명이 감상문 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날이 무척 더워서 그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감상문을 쓰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관람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느꼈는지, 그 생각과 느낌들이 원고지에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해지네요.
본격적인 기념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찬찬히 광복절 기념공연을 감상해 보세요.
1공연장 중앙사 입구 - <바이올렛>의 "음악 속에 흐르는 시의 감동"
첫 번째 공연은 어쿠스틱 기타, 키보드, 봉고로 구성된 3인조 혼성 밴드인 <바이올렛>의 시노래였습니다. '시 노래'는 말 그대로 시에 곡을 붙여 부르는 형식이지만, 시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시인과의 교감을 통해 더욱 아름다운 의미로 많은 분들께 감동을 선사할 수 있지요.
이 날 공연에서는 <자유(안치환-시인 김남조)>, <귀뚜라미(안치환-시인 나희덕)>, <소금인형(안치환-시인 류시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유삼초-시인 김광섭)>이 바이올렛의 악기와 목소리로 시민들을 찾았습니다. 맑은 악기 소리와 청아한 목소리가 역사관을 가득 채운 시간이었답니다.
2공연장 12옥사 앞 - <앙상블 별 헤는 밤>의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두 번째 공연은 자연의 소리를 노래하는 남성 중창단 <앙상블 별 헤는 밤>의 공연이었습니다.
<앙상블 별 헤는 밤>은 인왕산 자락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무대로 클래식은 물론 우리 가곡과 민요를 대중들과 호흡하며 고급문화의 향유를 누리게 하는 감동의 연주회를 열고 있는 중창단인데요. 이 날 공연에서는 <향수>, <내나라 내겨레>, <나가거든(소프라노 김한나)>, <동백섬>, <Funiculi Funiculla>를 들려 주었습니다. 귀에 익숙한 노래가 들려서 반가웠답니다. ^^ <앙상블 별 헤는 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역사관에 가득 퍼졌는데요. 공연이 끝날 즈음에는 앙코르 요청도 있었지만 시간의 제약으로 아쉽게 2차 공연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3공연장 10옥사 잔디마당 - <광개토사물놀이예술단>과 <(사)결련택견협회>의
"광복의 환희-그 날의 함성을 기억하겠습니다"
세 번째 공연은 두 공연이 순서대로 열렸는데요. 먼저 <광개토사물놀이예술단>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대고>, <모듬북 연주>, <연희>가 이어졌는데, 공연이 시작하기 전 잠시 소나기가 지나갔기에 혹시나 공연을 보지 못할까봐 초조해하기도 했습니다. 잔디마당을 가득 채운 어린이들의 눈에서 호기심이 반짝였지요. <광개토사물놀이예술단>은 우리 고유의 전통연희가 세계적인 공연상품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펼치고 우수한 우리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전북무형문화재 제7-9호 김제우도농악전수조교와 이수자들로 결성된 전문 타악연희 단체입니다.
흥겨운 사물놀이를 시작으로 하여 대고, 모듬북 연주, 연희가 이어지자 이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의 환호가 점점 커졌답니다. 커다란 태극기 앞에서 진행한 공연이라 그런지, 공연을 보는 내내 어떤 숙연함도 느껴졌습니다. 이 공연은 택견 시합과 함께 기념 공연 중에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공연이 아닐까 싶네요. ^^ 소고와 대고를 두드리는 흥겨우면서도 진지한 몸짓과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커다란 소리의 추임새는 관객들이 공연에 한층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3공연의 두 번째는 사단법인 결련택견협회의 공연이었는데요.
<결련택견>을 아시나요? 저도 이번 공연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결련택견'이란 여러 사람이 편을 짜서(보통 5명에서 15명 사이) 자기 마을의 명예를 걸고 이긴 사람이 계속해서 싸우는 연승제 시합을 하는 것을 말하며, 옛 서울(4대문 안)과 그 근방의 민속경기였습니다. 일본은 강제합병 후 민족문화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의 상무정신이 깃든 택견을 법으로 금해 이 땅에서 택견이 사라지게 되었으나, 현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받고 있답니다.
이 날의 공연은 단지 시범이 아니라, 정식 경기를 진행하였는데요. 네 명씩 편을 짜서 실제 연승제 시합을 보여주었답니다. 재미있는 상황도 많이 연출되어 어린이들의 인기를 많이 받았답니다. 특히 결련택견협회의 대표가 시합의 전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택견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흥미롭게 시합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4공연장 통곡의 미루나무(사형장 앞) - <사)매헌춤보존회>의 "님이여 편히 잠드소서"
네 번째 공연은 시 낭송과 사단법인 매헌춤보존회의 도살풀이춤이었습니다.
도살풀이춤은 모진 기운을 소멸시켜 안심 입명하여 행복을 맞이하려는 종교적 소원에서 비롯된 춤인데요. 도살풀이춤에서 마지막에는 수건을 둘러메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데요. 이는 한을 다 풀고 홀가분하게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영혼의 뒷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추도시 낭송과 함께 이 곳 사형장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하신 애국지사들의 넋을 기리고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추도시는 이윤옥 시인의 <서간도에 들꽃 피다>라는 시집 중 한 구절이 낭송되었습니다.
이 공연이 열린 곳은 '통곡의 미루나무'라 불리는 사형장 앞인데요. 왜 통곡의 미루나무인지 아시나요?
이 미루나무는 1923년 사형장 건립 당시 식재되었는데요.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애국지사들이 마지막으로 이 나무를 붙잡고 조국의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막마해야 하는 원통함을 눈물로 토해내며 통곡했다고 하여 '통곡의 미루나무'로 이름 지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비록 모형이지만, 미루나무를 보고 있는 애국지사의 모습에서 그 한을 어렴풋하게나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5공연장 여옥사 잔디마당 - <너나우리예술단>의 "아리랑에 안기다"
마지막 공연에서는 우리 민족의 한과 흥이 서려있고 다양한 지역에서 불려졌던 아리랑과 함께 고단한 일제 식민시대를 지나온 조상들의 흥과 애환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너나우리예술단>은 너와 내가, 그리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국악공연을 위해 젊은 국악인들이 모여서 전통국악 장르를 모토로 창의적이면서도 다양한 국악장르를 보여드리기 위해 창작예술활동을 도모하는 국악예술단인데요. <함께 어울리는 아리랑 연곡>, <아름다운 나라(가야금 병창)> 등이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어 주었답니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광복절 기념공연. 수준 높은 공연도 물론 좋았지만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시민들의 열띤 관심과 호응이 있었기에 기념공연이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사관 내의 현수막에 새겨진 이윤옥 시인의 <서간도에 들꽃 피다> 시집 중 몇 구절을 소개해 드리며 마칠까 합니다. 대한독립 68주년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하루를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이윤옥 시인의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 중
- 그대는 정녕 일신의 딸, 조선 독립의 화신이었소
- 흰 저고리 피로 물들어도 웃음으로 밝은 세상 꿈꾸리라
- 죽어서도 차마 놓지 못할 광복의 그 찬란한 꿈
- 바람 앞에 흔들리는 조국, 안사람들이여 일어나라
글, 사진 : 블로그 시민기자 유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