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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서대문] 찬란한 슬픔과 숭고한 빛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서대문TONG 2021. 7. 26. 14:05

미국 작가인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었습니다. 깊은 울림과 함께 주인공 '마리암'에 대하여 오래도록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1965년에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카불에서 태어났지만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에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합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활동하는 틈틈이 소설을 썼고 2003년에 소설가로 데뷔를 했으며, 2007년 5월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크고 작은 전쟁이 있게 마련이지요.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절망스럽고 극한 고통의 시간을 살아낸 두 여자의 위대한 삶의 여정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주인공 마리암, 그녀는 이슬람 남성중심주의 율법의 희생자입니다. 마리암은 다섯 살 때 '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하여 일컫는 말)'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됩니다. 부유한 잘릴의 사생아로 태어나서 그녀가 겪었던 온갖 불행에 마음 졸이면서도 그녀가 품어 안았던 사랑에 깊이 감동합니다. 보호자였던 엄마 나나를 잃고 마리암은 세상 속으로 떠밀려갑니다. 

아프간에서 태어나 행복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살앗던 마리암은 또 한 명의 여성, '라일라'를 만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됩니다. 바로 같은 여성이 겪는 고통을 통해서 말이지요. 마리암과 라일라가 마당에서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이 가장 평화로운 시간으로 느껴집니다. 크나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랑했던 기억이 희망이고 구원이라는 사실이 신비롭기만 합니다.

 

2002년 7월, 국제 평화 유지군이 들어오고 긴 전쟁의 역사가 막을 내릴 때 라일라는 마리암의 옛집을 찾아가서 그녀가 남긴 인생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강력한 아름다움으로 읽힙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끝없이 인내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과연 우리가 사랑이라고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요. 고귀한 사랑이 주는 아늑함을 한 번쯤 느껴보기는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어둡고 힘든 과정을 지나 마침내 희망으로 끝을 맺게 되는 부분에서는 순간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오래도록 눈을 감고 있어야 했습니다.

단 한 번도 찬란하게 비춰주지 않았던 태양이 마리암이 죽고 나서야 비로소 천 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떠오르는 것! 라일라의 마음속에 천 개의 눈부신 태양으로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라일라와 그의 아이들을 사랑했던 마리암의 꿈이었을 것입니다.

작가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아프간 여성의 내면에서 찾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작가의 시선이 얼마나 따뜻한가를 암시하고 있지요.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그의 가슴에 아프가니스탄은 아픈 그리움으로 남아있었을 겁니다. 아직도 진정한 평화를 기다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자유와 평화의 태양이 떠오르길 기대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