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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서대문] 11월에 읽은 책, 신달자 시집 <살 흐르다>를 읽고

서대문TONG 2021. 11. 23. 15:30

가을이 깊어가는 달, 11월에 신달자 시인의 시집 <살 흐르다>를 읽었습니다. 1943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신달자 시인은 많은 시집과 에세이집을 발간했고 2012년에는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였어요.

몇 해 전 서대문구 50플러스센터에서 신달자 시인의 강연을 들었기에 공감되는 시가 참 많았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시가 많아서 눈물이 핑 돌기도 했습니다. 자연을 노래하고, 순간순간의 감정이 스며들어 있으며, 지나온 생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눈물겹기도 합니다.

황현산 선생님은 발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햇빛에 드러난 삶도, 삶은 자주 팍팍한 모래밭인데, 신달자 시인에게는 그럴수록 밀도 높은 시의 순간이 허공에 한 장 그림이 걸리듯 문득 치솟아 오르고 합니다. 신달자 시인은 어느 길목에서나 그 시를 만난다. 가구들의 살이 흐를 때 오래 고뇌했던 한 육체의 살도 흐르는데, 미워 둔 빨랫감이, 돌리다가 만 청소기가, 분리수거를 기다리는 낡은 상자들이 푸른빛의 기운을 띤다는 것은 얼마나 신기한가. 신달자 시인은 두 다리와 두 눈을 지금 이 자리에 두고 살면서도 여전히 다른 거을 본다. 내가 그의 시집 발간을 기뻐하고 축하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남편과 사별한 후의 그리움과 아픔을 이야기하고, 어머니가 다른 자매들과의 저녁식사에서 나눈 이야기, 여행길에서 만난 풍경과 감상, <대장장이 강호인>과 <어름사니 권은태>와 <풀피리 문화재 박찬범>의 시는 한 사람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시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가슴 먹먹하고 그래서 한동안 할말을 잊게 만들지요.

좋은 시 한 편이 주는 감동은 때로 소설보다 깊고 아름답습니다. 오래전에 타계하신 금아 피천득 선생님은 '시는 문학의 꽃이며 그러기에 시인은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70편의 시를 한 편씩 읽어가면서 시가 주는 기쁨과 평화를 생각했고, 시가 주는 감동과 위안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곧 12월이 됩니다. 한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늘 그렇듯이 아쉬움 속에서 12월을 보내게 됩니다. 이럴 때 시집 <살 흐르다>를 한 번 펼쳐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가오는 크리스에는 가까운 지인에게 시집 한 권을 선물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